삼성 CTF 예선 후기
이제 공개합니다. https://gitlab.com/gilgil/asm
온라인으로 문제를 푸는 대회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제가 처음 접해 본 것은 google code jam이었습니다. 예전에 Qualification Round에 도전했다가 광탈했던 적도 있었죠. ㅎㅎ 30분 안에 3문제를 후딱 다 풀어 버리는 친구들을 보며 세상에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라는 푸념도 들었었습니다.
google code jam, facebook hackathon, defcon ctf , acm-icpc 등등 이런 대회에 상위 랭킹을 하는 최종 수상자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나이대가 “20대”라는 것입니다. 20대 초중반이 주를 이루고 체력 관리(?)를 잘 한 친구들은 20대 후반까지도 보이기도 합니다(30대 이상은 그리 많지 않음). 이런 문제 풀이 대회에 나가면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자의적 타의적으로 자연스럽게 은퇴(?)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관심이 없다가 이번에 삼성 CTF를 개회한다는 얘기를 듣고 40대인 주제(?)에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도전해 보았습니다. 문제를 풀어 가는데 괜한 욕심이 생기더군요. 이 고비만 넘기면 될 거 같다, 그런데 그걸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ㅅㅂ 한번 해 주시고, 그 고비를 넘기니 또 다른 고비가… 결국 나중에 정답이 눈에 보이게 되었는데 그 때의 성취감이란…
일주일 전에 예선전이 치뤄 졌고, 그 다음날 write-up을 제출하고 나서 오늘에서야 예선전 결과가 나왔습니다.
원래는 대충 한두 문제 정도만 풀어 보고 ‘아직 죽지 않았어 ㅋㅋ’ 라는 스스로의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가 목표였습니다. 본선에는 가기도 어렵겠지만 가더라도 밤새 가면서 고생만 할 게 뻔하고, 차라리 그 시간에 주말에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죠. 그런데, 메일을 받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더라구요.
‘함 해 볼까?’
본선에서는 재능 있고 머리 좋고 체력 좋은 젊은 친구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저는 남들과 경쟁해서 순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그냥 결과에 관계 없이 요령 부리지 않고 남들과 똑같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비록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40대 중반의 배 나오고 머리 굳은 나같은 사람도 이러한 것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일종의 희망의 메세지를 보여 주고 싶습니다.
컴퓨터 관련 학과 출신이지만 지금 내 동료들 중에 아직까지 현업에서 코딩을 하는 친구들은 별로 없습니다. 관리직으로 간다던가, 영업쪽으로 간다건가, 회사를 차린다던가, 아니면 업종을 다른 쪽으로 바꾸다던가, …. 저는 비록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취미가 직업이 되어 아직 이 나이 먹도록 코딩을 손에서 놓치지 않은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생각과 매사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삼성 CTF 예선전을 한다고 주말 동안 집에서 문제를 풀고 있는데 갑자기 딸 체온이 39도가 넘어 버렸습니다.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약 처방을 받고 다시 집으로 와서 재우고, … 참, 그러는 와중에도 문제 풀이에 대한 고민이 머리를 떠나지를 않더군요. 와이프한테 미안하고 딸한테도 미안할 뿐입니다(나쁜 아빠).
주위에 이 방면으로 만랩인 친구들이 저의 글을 보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런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아마 제가 나중에 이 글을 나중에 다시 보게 되면 이불킥하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잡설 늘여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