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을 할 때에도 교육을 할 때에도 공부를 할 때에도 저는 네트워크 패킷 “분석”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뭐 영어로 하면 analysis, dissection 정도가 되겠네요. 그런데 유독 언론에 비춰질 때에는 이것이 도청, 감청, 검열이라는 용어로 거론됩니다(매번 똑같은 패턴).

이번 SNI 차단이 이슈화가 되면서 몇몇 기자분들에게 연락이 왔었습니다. 우선 일일이 대응하지 못함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이번 일로 언론과의 접촉을 지양하는 이유는 솔직히 귀찮아서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저렇게 해석하고, 저렇게 얘기하면 이렇게 해석하고, 사실을 얘기해도 아전인수격으로 받아 들이고… 인터뷰 이후에 받게 될 스트레스가 훤히 보였거든요(악플이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겠지만서도).

제가 지금까지 교육한 학생들만 해도 수백 명이 넘는데, 그 학생들 중에 수업 시간이나 온라인상으로 나에게 질문을 할 때 도청이나 감청, 검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경우는 없었습니다. 법 몇조 몇항 운운하는 학생도 단 한 명도 없었구요.

분석이냐 감청이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의견 수렴도 되지 않는 무의미한 논쟁에 휘말려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저는 앞으로도 공부하고 분석하고 교육하고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